최근 몇 년 사이 카드사나 은행을 통한 스마트폰 앱 기반의 무인심사 대출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편리함 이면에 허위 정보 입력에 따른 형사처벌 여부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수입이나 채무현황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입력한 후 대출을 받은 경우, 이런 행위가 사기죄로 처벌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25년 3월 27일 대법원은 카드사 앱을 통해 무인심사로 대출을 받은 사건에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가 없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무인심사 대출 사기의 형사책임 판단 기준, 기망행위의 요건, 관련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인심사 대출 사기란 무엇인가?
무인심사 대출 사기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카드사 또는 은행 앱에 접속하여 허위 정보를 입력하고 자동심사 절차를 통해 대출을 받는 방식의 범죄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의 실제 소득보다 높은 금액을 입력하거나, 부채를 축소 보고한 상태에서 대출 신청서를 작성하고,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심사 시스템에 의해 승인된 후 대출금을 송금받는 행위가 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 성립 요건과 무인심사 대출의 쟁점
형법 제347조는 사기죄의 요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 기망행위 – 타인을 속이는 행위
- 착오 – 상대방이 그 기망에 따라 착오를 일으킬 것
- 처분행위 – 착오에 따라 재산을 이전하거나 이익을 부여할 것
- 재산상 이익의 취득 – 행위자가 그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것
무인심사 대출에서는 이 중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것이 ‘기망행위의 상대방이 사람인지 여부’입니다.
즉, 자동화된 전산시스템에 허위 정보를 입력했다 하더라도, 그 정보가 사람에게 전달되어 사람이 판단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을 속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대법원 판례로 본 무인심사 대출의 형사책임 판단
2025년 대법원 판결(2024도18441)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중요한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사건 개요 요약
- 피고인은 2022년 카드사 앱을 통해 본인의 소득, 부채현황 등을 허위로 입력해 총 3,450만 원의 카드대출을 승인받음
- 당시 대출은 전산상 자동 처리되었으며, 카드사 직원이 대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은 없음
- 제1심과 원심은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대법원은 “사람을 기망한 행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함
대법원의 핵심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사기죄 불성립을 판시하였습니다.
- 사기죄는 반드시 사람을 속이는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며,
- 전산시스템을 대상으로 허위 정보를 입력한 행위는 사람을 속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 전산 자동심사 방식은 사람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기망행위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무인심사로 처리된 대출 절차에서의 허위 입력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는 무인심사 대출과 관련한 형사책임 판단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실무적 기준을 제공합니다.
- 사기죄는 '사람을 속인 행위'가 있어야 성립하므로, 자동화 시스템만을 상대로 한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닐 수 있음
- 다만, 사람이 개입한 구조(예: 직원이 서류를 검토하거나 대출 승인에 관여한 경우)에서는 기망행위로 볼 수 있음
- 허위 정보 입력 자체는 민사상 계약 해지나 손해배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금융사 내부 규정 위반으로 별도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음
- 반복적이거나 금액이 큰 경우, 정보통신망법 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
유사 판례 요약
- 대법원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온라인 시스템에 허위정보 입력만으로는 사기죄 성립 불가
- 대법원 2020도14960: 자동화된 공공기관 대출시스템 대상 기망은 ‘사람을 속인 것’이 아니므로 무죄
- 대법원 2017도8449: 전자적 프로세스에 의한 자동결정은 사기죄 성립의 기망 요건에서 제외됨
전산으로 자동 처리된 카드대출, 사기죄 될까?
전산으로 자동 처리된 카드대출, 사기죄 될까? 대법원 판례로 본 사기죄의 기망행위 요건
온라인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자동으로 처리되는 대출 시스템이 보편화된 오늘날, 대출 신청 과정에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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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론
스마트폰과 전산 자동심사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지는 무인 대출 환경에서는, 기존 사기죄 판단 기준이 기술 환경에 맞게 조정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전산상 허위입력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기준을 재확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조건 면책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람의 개입이 있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반복적인 사기 목적이 있었는지에 따라 다른 법률 위반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인심사 대출 신청 시에는 반드시 정확한 정보 입력과 도덕적 판단이 필요하며, 금융사 역시 시스템 설계 시 위험 관리 요소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형사책임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